한국의 소멸, 한민족의 절멸 (23. 03. 23)

제2차 세계대전 뒤 독립한 나라 중에서 대한민국은 가장 성공적으로 산업화·민주화·문화발전을 이루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발전된 민주국가로서 세계에서도 ‘완전한 민주주의국가’로 평가된다. 음악과 드라마, 영화와 웹툰 등 한국의 문화상품은 세계로 확산되고 한국인구의 세 배에 이르는 한류펜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군사적으로 한국은 세계 6위의 군사대국일 뿐만 아니라, 자주포와 전차, 잠수함과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방위산업 또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는 2021년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분류했는데, 이렇게 된 것은 한국이 최초였다. 한민족 5천년의 역사에서 오늘날처럼 한국의 위상이 높았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국뽕’에 취하더라도 무리가 아닐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5천년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에 초고속으로 소멸의 길로 달려가고 있다. 발전속도만큼이나 소멸속도도 빠르다. 한국은 벌써 오래전부터 세계 최고의 자살율뿐만 아니라,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보였다. 2018년 합계출산율이 0.98%가 된 이후 2020년에는 0.84%, 2022년에는 0.78%가 되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2025년에는 0.61%까지 떨어진다. 이렇게 낮은 출산율은 세계에서도, 역사에서도 유례가 없다. 사회적 환경과 가치관의 변화로 청년들은 결혼하지 않고,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역삼각형의 바위가 무너지듯 대한민국은 2050년에 붕괴되고 2070년에는 소멸된다. 붕괴와 소멸이 현실감 있게 다가올수록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한국전쟁과 일제강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상의 심각한 국가적 위기가 닥쳤다. 그러나 전면전쟁 이상의 이러한 비상사태에 행정부와 국회 그리고 사회는 ‘소가 닭을 보듯’ 무덤덤하다.

한민족 절멸의 위기도 날로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3월 19일 동해 상공 800m에서 핵탄두를 폭파하는 ‘핵타격 모의 전술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했다. 이것은 명백히 한국의 도시를 겨냥한 것이다. 만일 20kt의 핵탄두가 서울 상공에서 폭발할 경우 50만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다. 만일 북한의 핵탄두가 한발이라도 한국에 또는 괌이나 미국, 일본에 떨어진다면 북한의 평양 등 주요도시는 반드시 미국 전략핵무기의 타격을 받을 것이다. 북한 전체가 절멸한다. 이것은 북한이 갖고 있는 모든 핵무기와 재래식 탄두(포탄)가 한·미·일에 발사되는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민족의 절멸이다. 민족의 절멸로 연결될 수 있는 핵 위기는 한미연합훈련과 맞물려 있다. 지금(3월13일~23일) 실시되고 있는 한미연합의 자유방패훈련은 기존의 ‘격퇴·방어’ 단계를 생략하고 ‘반격 및 북한점령 작전’부터 실시하고 있다. 북한을 대놓고 자극하듯, 전면 도발한 북한의 지도부 축출을 겨냥한 ‘참수작전’(Teak Knife)도 공개적으로 실시했다.

한국 소멸의 위기는 벌써 시작되었다. 일본의 ‘1억총활약계획’처럼 전면전쟁시의 총동원령처럼 ‘인구소멸’에 대응하지 않으면 현재의 한국은 향후 30년 늦어도 50년 뒤에 소멸한다. 민족 절멸의 위기도 현재 진행 중이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관철하지 않으면, 바짝 마른 강원·경북의 산들이 강풍에 휩쓸린 작은 불씨에 온통 타버렸듯 그렇게, 전쟁의 화염이 한반도를 휩쓸 수 있다. 대안은 무엇인가? 북한의 핵 고도화를 막고 핵을 동결시키는 것이다. 북한의 각종 핵미사일 실험(훈련)을 중지시키는 것이다. 동시에 한미연합훈련도 합리적인 범위내로 축소시키고,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국교수립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동시에 남북이 대화를 시작하고 상호의 국가성을 인정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 소멸과 한민족 절멸의 위기에 대처할 핵심적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과 현재의 행정부 및 국회에 있다. 이들이 갖고 있는 권력과 받고 있는 녹봉은 이 책임을 위한 것이지 권력놀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한국의 소멸, 한민족의 절멸 / 배기찬 평통연대 평화담론위원장,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