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의 나토화와 한반도 평화 (23.03.30)

최근에 동북아 평화를 위한 미국의 구상이 실현되는 과정에 지난 한일 정상회담이 있었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을 견제하기 위하여 동북아 지역의 유럽의 나토와 같은 집단 안보 체제의 형성을 오래전부터 꿈꿔왔다. 그래서인지 올해 서울에 나토 연락 사무실이 열린다는 소식이 심상치 않게 여겨진다. 서구 8개 씽크탱크가 모인 ‘트랜스아틀란틱 리더십 네트워크(TLN)’는 작년 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서울이나 도쿄에 나토 연락사무소(liaison office) 창설을 권고했다. 나토 연락사무소가 개설된 이후에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인도 태평양 지역의 반중 연대인 쿼드(4자 안보 대화)에 한국이 들어가는가, 아닌가가 최대의 동북아 외교 안보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집단안보체제가 형성될 경우 더욱 멀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한미 동맹 구도 속에서는 남북한 종전 협상 및 평화 협상은 한국과 미국과 중국과 북한이 종전협상의 대상자이며, 평화협정은 먼저 미국과 중국의 양해가 필요하지만, 남, 북한이 주 당사국이다. 따라서 남북 양쪽의 합의와 협력을 통한 한민족 자주 평화통일역량이 동북아집단안보체제 속에서보다는 현재의 한미 동맹 속에서 훨씬 더 크게 작동할 수 있다. 동북아집단안보체제 속에서는 남북한 당국의 자주적 평화통일 역량은 현저히 약화되고 그 결과 새로운 냉전체제의 대리적 소모전이 한반도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의 영향력 확대 속에서 러시아의 반발로 일어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한민족 공동체 평화통일 세력에게는 현재의 한미 동맹, 미일 동맹 체제(양자 동맹)가 한미일 삼각동맹보다는 훨씬 더 운신의 폭이 넓고 자주성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 정책은 우리의 자주 평화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자해적 외교참사라고 할 수 있다. 한미일 삼각동맹을 신속히 하려는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 윤석열 정부가 먼저 순응적 협조를 함으로써, 한민족 공동체의 평화통일 역량을 현저히 훼손시킨 것이다.

 

안중근 의사는 동양평화론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대동아공영론을 반대하였다.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민족국가의 호혜 평등에 기초한 평화론으로서 제국주의 평화론을 거부하였다. 우리는 남북한 양 당국의 자주성을 인정하는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의 연장선 속에서 남북평화를 모색하는 선언(7•4 남북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을 반복해 왔다. 이 남북한 정부의 자주성을 상호 인정하는 연장선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비가역적으로 심화시키는 단계(남북국가연합)를 거쳐야 진정한 평화통일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동북아집단안보체제를 가속화 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충실한 회담이었고 결과적으로 안중근의 동양평화론보다는 이토 히로부미의 제국주의 평화론에 기울어진 회담이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동북아의 나토화와 한반도 평화 / 이문식 평화통일연대 공동대표, 광교산울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