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칼럼] 북한의 두 국가론은 남한의 흡수통일론에 대한 응답이다 _ 강경민 상임대표 (2025. 6. 18)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8일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결정을 내렸다. 생각보다 신속한 결단이었다. 선거기간 중에는 소위 중도파들을 자극하려 하지 않았던지 대북 평화 공존 메시지가 강조되지 않아서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의외로 신속한 대북 평화 메시지가 전달됐다. 신속성만 아니라 방법도 이재명 스타일이었다. 가능한 것부터 신속, 정확하게 실천하는 것이다. 일은 그렇게 해야 한다. 앞으로 국정 전반에 걸쳐 대통령의 이와 같은 독특한 리더십이 기대된다. 사실 더 놀라운 일은 북한의 신속한 반응이었다. 남한이 대북 방송을 중단하자 북한도 즉시 대남 방송을 중단했다. 대통령실은 이 문제를 가지고 남북이 사전에 서로 의견을 주고받은 것은 없었다고 했다. 우리가 중단하면 너희도 호응할 것인가? 이런 방식의 거래가 없었다는 것이다. 상호 비방은 옳지 않은 것이니 우리가 먼저 중단했을 뿐인데 북한의 반응이 예상보다 빨랐던 것이다. 

사실은 이런 전제조차도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우리의 왜곡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남북문제의 근본은 북한의 잘못된 태도로부터 온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 의식이다. 모든 도발을 북한에서 시작했다고 우리는 철통같이 믿고 있다. 분단 80년, 종전 72년 동안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이었는지 객관적 증거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가 문제다. 문제는 두 가지인데 첫째는 최근 3년 동안 윤석열 정권하에서 벌어진 반평화적 행태다. 이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한 필요가 없을 만큼 윤석열 정권의 반평화적 폭거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중한 태도는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우리가 북한보다는 국가적 형편이 넉넉하다는 사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더 도량이 넓어야 하고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공존의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은 역사의 순리다. 화해와 공존이 답일 경우를 전제한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기득권자들의 일반적 의식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제1의 적은 북한이고, 제2의 적은 남한의 진보주의자들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현실의 변화에 따른 시대정신의 변화를 도무지 따라가지 못한 정신적 정체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남과 북은 상호 공존해야 한다. 공존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체제를 이해하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방과 증오와 마침내 전쟁밖에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침공을 받는다면 방어를 위한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명분으로든지 침략 전쟁은 반인륜적이고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이다. 여기에 합의한다면 우리의 갈 길은 확연하다. 소극적 공존이 아니라 적극적 공존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 북한의 경제성장을 돕는 길은 무엇인가? 궁리해야 한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북한을 흔들지 않고 북한의 경제 성장을 돕는 길을 찾는다면 반드시 길이 열릴 것이다. 북한을 돕는 것은 물론 우리에게도 상생의 길이 되어야 한다. 경제협력을 통한 상생구조가 되면 최선이다. 그러나 평화 유지 자체가 가져올 경제 환경의 조성도 과소평가돼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규정했다. 두 국가론은 1991년 남북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함으로 이미 국제적으로 공인된 정치적 현실이었다. 그러나 남북은 한 민족이라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고 노태우 정부 시절에 합의된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남과 북은 두 나라지만 ❛특수한 관계❜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의 대북 적대 정책과 남한 사회의 끊임없는 흡수통일론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은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대응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두 국가론은 사실상 남한의 흡수통일론에 대한 응답이다. 남북 관계의 복원이 요원해졌구나, 많은 시간이 걸리겠구나... 이런 생각이 깊어질 때 이재명 대통령의 실사구시적 평화정책과 김정은 위원장의 화해적 두 국가론이 한반도의 화해, 평화, 공존의 가능성을 높여 놓은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속한 반응은 북러관계의 심화를 통한 부국강병의 자신감이 한몫했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를 통해 진짜 대한민국의 실현이 김정은 위원장의 자신감과 합치해서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길 기대한다.